해외에서 선풍기 등의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는 한 개씩만 구매해야 한다고 합니다. 통관에 관련된 업체의 직원을 통해서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전부터 여름이면 선풍기가 인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에어컨을 틀면 되지 무슨 선풍기냐 싶겠지만 홀로 지내는, 형편이 좋지 못한 이웃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선풍기가 여름을 나는 필수 아이템입니다. 주민자치센터의 직원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선풍기로 어려운 이웃들을 섬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맥추감사절을 지내면서 들어온 감사헌금이 있습니다. 이 중에 20만원을 보육원 아이들에게 맛있는 반찬과 간식을 제공하는 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재정 중에 17만여 원을 들여서 선풍기 20대를 구입했습니다.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한 사이즈의 선풍기인데 나름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이었고 매우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있기에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쇼핑몰도 너무 유명한 곳이고 늘 주문했던 곳이기에 이제 물건만 받아서 인근 주민자치센터를 찾아가기만 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세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주문한 20대의 선풍기가 수입물품으로 분류가 되는데 그러면 제가 각종 안전인증과 전파인증 등을 직접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저는 그 물건을 아직 손에 받아보지도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각각의 기관에 사전양해서를 받아야 되는데 이게 사업자등록증도 있어야 하고 용도나 사후처리에 관한 내용을 꼼꼼하게 기입해야 하는데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신속하게 포기하기로 하고 주문했던 선풍기는 반품신청을 넣었는데 감사하게 반품처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절기헌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본에 마음이 갔습니다. 최근 일본의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일본에 유학간 선배들이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만 해도 월 200만원 정도를 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이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게 25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임금은 동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월급이 오르지 않는데 일본인들이 불만을 품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물가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우영 선교사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가 안 되었습니다. 한 10분쯤 뒤에 선교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하고 "혹시 우리가 구제할 분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는데 선교사님이 깜짝 놀라며 그렇잖아도 방금 전까지 교회에 찾아와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민을 불쌍히 여기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저에게서 전화가 왔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타이밍을 이렇게 맞추시는 것같습니다.
특히 어려운 것이 쌀입니다. 최근에 쌀 10kg에 우리나라 돈으로 8만원을 넘겼다고 합니다. 주식이 쌀인 사람들인데 쌀값이 이렇게 올랐으니 어렵겠다 짐작됩니다. 이번 맥추감사절기 헌금에서 남은 금액은 37만원입니다. 이 금액에 여러분이 드린 십일조에서 13만원을 더해 총 50만원을 이우영 선교사님의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이 돈은 미나미산리쿠의 어려운 이웃의 생필품으로 흘러가서 그들을 살리게 될 것입니다. 교회의 돈이 흘러가는 곳곳에서 살아나는 역사가 일어나는 것을 지금까지 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을 계속 보게 되길 소망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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