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그랬구나 그랬어2025-08-05 16:12
작성자 Level 10

#1_사랑이 뭐길래

이번 주말에는 전남 담양의 한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합니다. 세 번의 설교와 두 번의 찬양인도를 부탁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설교원고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세 번의 설교 다 전에 이미 했던 설교들이고 원고가 없어도 설교할 수 있는 본문들이지만 처음 보는 성도들에게 전하는 자리인 만큼 원고를 다시 다듬으며 한 자 한 자 적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들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좀 더 부드럽고 성숙한 설교를 이끌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은혜로운 설교로 그 곳 성도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길 소망합니다. 


첫날 설교의 내용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랑은 무얼까요?'라는 질문은 평생의 숙제입니다. 사랑은 특별한 이유가 없이 시작됩니다. 내가 사랑하게 된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어떤 조건들을 사랑의 이유로 착각해서 어그러진 사랑을 하고 고통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랑은 하나님의 고유한 속성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들만이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인격을 가진 존재들이 자신의 인격을 걸고 사랑을 약속하고 그 약속이 서로에게 큰 구속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6. 너는 나를 도장 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 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질투는 스올 같이 잔인하며 불길 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7. 많은 물도 이 사랑을 끄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삼키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의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지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 아가 8:6~7


조금은 섬뜩해 보이는 위의 말씀은 사랑의 특징을 너무나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사랑이 이렇게 엄격하고 이렇게 구속력이 강한 이유는 '내가 선택하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선택하고 약속하는 것이 인격의 핵심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왜 사람을 만드시고 사랑하셨는지 정확한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분이 자신을 걸어 우리를 택하시고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인격(위격)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도 우리의 인격으로 스스로 그 분을 선택하고 사랑하기를 오래 참고 기다리십니다. 죄로인해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 우리를 위해 예수님을 보내주시고 우리로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또 이제 서툰 사랑을 시작한 우리에게 성숙하고 완전한 사랑의 본을 여전히 보여주고 계십니다.


"왜 하필 너를 만나서 내가 이 고생이람"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시간을 몇 번을 되돌려 그 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우리의 인격은 또 그 사람을 선택할 것입니다. 하나님도 마찬가지십니다. 우리의 연약함에도 그 분은 우리를 선택하신 것을 후회하지 않으십니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향하신 당신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시는 분입니다. 그 사랑이 있어서 오늘도 살 수 있습니다. 



#2_'그랬구나. 그랬어.'

어제(8월 4일) 저녁에는 그동안 직장생활로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었던 여 집사님을 만났습니다. 대학생 자녀들은 졸업반이고 이미 취업도 된 상황의 집사님입니다. 이제 다 키웠다 싶은 상황인데 그럼에도 일을 하겠다는 열망으로 조금은 고된 일을 구해서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합니다. 주일에도 출근해야하는 직장이어서 그 동안 예배를 격주로 드리고 그나마도 예배 후에 바로 출근해야 했습니다. 지난 7월말까지 일을 하고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로 심방 약속을 잡았습니다. 


퇴근하는 아내의 시간에 맞춰서 셋이서 저녁에 만났습니다. 함께 식사하고 우리교회가 들어와 있는 건물에 있는 인상 좋은 청년이 운영하는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집사님의 자녀들이 하고 있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개척교회가 방문자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왔습니다. 


저는 개척한 후로 만난 목사님들에게 교회에 새롭게 방문한 분들을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한결같이 방문한 분들이 아무리 반갑고 사랑스러워도 섣불리 다가가면 큰일 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인근 다산에서 목회를 하는 한 목사님도 당신의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두 달정도 꾸준히 출석하는 한 성도에게 어렵게 용기를 내서 "시간 될 때 커피라도 한 잔 하시죠"라고 말을 걸었는데 그 말이 마지막 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는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두어 달 꾸준히 참석하던 한 청년이 제가 묻지고 않았는데 "오늘 말씀에 은혜 받았습니다. 다음에는 헌금도 할게요"라며 인사를 했습니다. 무언가 불안했는데 역시나 그 뒤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아직 이름도 물어보지 못한 청년이었는데 아쉽습니다. 지금도 아침마다 '이름 모를 청년'이란 기도제목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목회자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이제와서 이야기이지만 어제 만난 여 집사님은 더욱 조심스러웠었습니다. 조용히 예배 드리고 빠져나가는 분이기에 말을 걸면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말쯤에 교회설립청원에 관련해서 "등록을 원하는 분들은 등록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해 달라"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광고를 했을 때, 그 여 집사님이 바로 신청서를 달라고 하고는 작성해서 제출한 것입니다.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만남에서 "그때 굉장히 조심스러웠는데 선듯 등록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그랬습니다. "인근의 교회들을 다 다녀봤는데 여기가 왠지 마음에 들어서 그렇잖아도 등록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마침 등록신청 광고가 나와서 등록한 거예요"라고 합니다. 제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집사님은 이미 마음에 결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집사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구나. 그랬어.'


요즘 예배당에 나와 있으면 전에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성도를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성도님이 교회를 옮기려는 것을 그렇게 열심으로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회유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던 경험에서 한 말씀이었습니다. 성도는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찾아오는 성도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선택하고 함께하는 것입니다. 교회라는 이 아름다운 공동체가 특별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인격체들이 스스로 모여서 아름답게 찬양하고 예배합니다.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를 발견하고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교회의 모임 자체가 사랑임을 느낍니다. 


사랑에 대해서 알아가야 할 것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제 막 문턱을 넘어 들어온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주의 은혜 안에서 이 사랑을 더욱 깊게 체험하고 더 아름답게 사랑하게 되길 소원합니다. 함께하는광염교회가 진정한 사랑의 공동체로 날마다 가꾸어져 가기를 소원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