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단상[斷想]들2025-12-16 17:25
작성자 Level 10

#1_사진에서 보이는 것들

우리교회는 사진을 열심히 찍는 교회입니다. 사진은 우리가 하는 사역의 영수증 역할을 합니다. 이런저런 백 마디 말보다 때론 사진 한 장이 더 설명을 잘 해 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잘 찍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런 노력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예전에 사역하던 서울광염교회에서 15년 전쯤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던 목사님을 섬기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땐 사진을 잘 찍자고 강조하던 기간이었는데 함께한 오세민 목사님이 "진찬님은 사진 좀 찍어?"라고 당시 전도사였던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 때 "찍기만 하면 예술이죠"라고 농담을 섞어서 대답하고는 둘이 껄껄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착해서 쌀과 이런저런 물품들을 지원하고 우리가 지원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으로 오 목사님이 글을 썼고 그렇게 사역을 잘 마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전하우스(교역자 사무실) 저 안쪽 담임목사님 방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거 사진 누가 찍었어?"라는 음성이 들렸을 때 저는 비전하우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바로 옆의 문을 열고 예배당 안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 뒤로는 사진을 더욱 진지하게 잘 찍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어거지로 사진을 찍게 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십수 년을 즐겁게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신기한 것은 아무리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이라도 내가 찍은 사진은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 아이들이 눈에 띄는 것처럼 사진도 그렇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은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찍은 사진들을 가만히 보면 사진에서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로 보이는 것은 사진을 찍을 당시의 상황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진을 찍었는 지 생각납니다. 사진을 보면 사진을 찍던 그 자리에 다시 서 있는 느낌입니다. 둘째로 보이는 것은 사진 속에서 찍히는 사람과 찍는 저와의 관계가 보입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 표정에서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 가운데서 사진을 찍었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지난 날에 찍은 사진들을 한번씩 훑어 봅니다. '그땐 이랬구나'하고 생각하며 때론 연락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사진들을 많이 남기게 될 것같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이 묻어난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길 소원합니다. 



#2_오히려 응원 받고 온 이야기

최근에 옛 사진들을 둘러보다가 예전에 한국교회희망프로젝트로 섬겼던 교회의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의 목사님은 여전히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교회의 마인드가 참 귀하다고 생각하며 섬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별내로 이사간 담터교회(예수교장로회 통합)이야기입니다. 


관련글: [교회 희망 98호] 담터교회 이야기


담터교회를 섬기고 있는 권영인 목사님은 성실한 분입니다. 담터교회는 인근의 땅을 매입하여 큰 차익을 누릴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그 제안을 사양한 교회입니다. 담터교회의 예배당이 있던 지역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서 결국은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예배당을 새로 건축하기에는 보상 받은 금액이 부족했고 인근의 상가를 얻자니 마땅한 곳도 찾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권영인 목사님의 건강도 크게 악화되어서 이런저런 일들로 기도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알게 된 것은 작년 11월 쯤입니다. 개척준비로 바빴지만 별내를 넘어갈 때마다 그곳에 아름답게 서 있던 담터교회가 생각났기에 '어찌 되었을까?' 늘 궁금했습니다. 그때 통화했을 때 권 목사님의 목소리는 힘이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이번에 사진을 보다가 다시 권 목사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월요일에 권 목사님과 통화했습니다. 목사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조금은 힘이 빠져 보였습니다. 재발한 암으로 인해서 지속적인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런 권 목사님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찾아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치료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에 지난 금요일(12월12일) 오후에 빵을 한 봉지 사들고 새롭게 옮긴 담터교회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새로 이사한 담터교회는 제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상가 건물 8층을 통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무려 320평이나 되는 넓이로 하나님께서 넓혀 주셨습니다. 그 공간을 성도들의 친교실로 주방과 식당으로 예배당으로 여기저기 꾸며 놓았는데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경사진 길을 올라가는 형식으로 만들어 놓고 좌우 벽면을 시편으로 채워두었습니다. 성전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들로 채워 놓았고 성도들에게 복으로 담겨지기 원하는 단어들은 진하게 포인트를 두었는데 너무 의미 있고 아름다웠습니다. 


권 목사님의 환영 가운데 목양실에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듣는데 큰 고난들이 있었음에도 여전한 목사님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상상도 하기 싫은 아픔들이 권 목사님의 삶 가운데 있었지만 여전히 천국의 소망을 붙들고 이겨내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저도 최근에 개척하여 1년을 지냈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 권 목사님이 크게 기뻐하며 격려해 주었습니다. 한동안의 이야기를 마치고 예배당 여기저기를 권 목사님의 안내를 받아 돌아보며 담터교회를 아름답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았습니다. 우리교회의 일처럼 기뻤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보며 신경써서 아름답게 꾸민 공간들을 보며 '하나님 우리도요.'라고 속으로 외치며 찜했습니다.


이제 인사하고 헤어질 시간이 되어서 어떻게 치료비를 좀 전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 때 권 목사님이 저에게 봉투를 건냅니다. 깜짝 놀라서 "이게 왠 것입니까?"했더니 개척교회 목사를 응원한다는 취지입니다. 저는 제가 방문한 목적이 "권 목사님의 병원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온 것"라고 말했는데 권 목사님은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며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섬기러 갔다가 섬김을 받은 꼴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기뻤습니다. 제 생각보다 하나님께서 담터교회에 큰 복을 부어주셨습니다. 그걸 눈으로 보니 마음 한켠에 무겁게 자리잡고 있던 짐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권영인 목사님은 아직 기도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하나님께서 선하게 역사하셔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앞으로 10년, 20년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내고 기쁜 날들을 누리게 될 것이란 소망이 생겼습니다. 예수 안에서 형제된 한국교회가 아름답습니다. 서로 격려하며 기도하며 세워가는 이 아름다운 걸음이 계속 이어지게 되길 소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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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말리에서 만난 은퇴시기를 한참이나 넘긴 목사님.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던 목사님. [사진 모진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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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담터교회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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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에 들어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이다. 드림홀은 '꿈꾸는 홀'과 '드리는 홀'의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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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으로 들어가는 벽면에는 시편이 적혀 있다. 그 중에 성전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들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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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홀 내부. 깔끔하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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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 연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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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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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서 예배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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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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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며 지원하고 있는 선교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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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모진찬, 권영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