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지난 해 12월 7일에 설립예배를 드린 후로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린 것같네요.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그 사이 해도 바뀌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텅빈 예배당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2003년 서울광염교회에 청년으로 등록하여 행복하게 신앙생활하고 사역자로 즐겁게 16여 년을 사역했는데 그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 이제 다 지나고 어느덧 저는 새로운 삶에 돌입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꿈이 있었고 순간순간 가슴속에 넣어주시는 기대와 소망이 차고 넘쳐서 개척을 준비하면서 많이 걱정이 되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중요한 일들을 결정할 때도 기도하면서 결정하니 쉽게 풀려나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서울광염교회라면 어떻게 했을까? 조 목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일의 결정이 쉽게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 반드시 이렇게 했을거야."라는 마음의 다짐을 받아내고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달려왔다고 하니 한 십 년 사역한 사람같은 느낌이지만 이제 개척해서 한 달을 달리고 이런 표현을 하자니 좀 부끄럽습니다. 하하
감사하게도 지난 주에는 드디어 등록을 신청하는 성도들이 나왔습니다. 세 명의 성도가 등록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해 주었습니다. 최대한 등록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 등록해 주셨습니다. 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서 등록성도가 나오니 좀 얼떨떨하기도 하고 많이 감사하기도 합니다. 더 잘 섬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교회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저 같아도 교회를 선택한다면 신중하게 예배를 몇 번 더 드려보고 분위기도 더 살펴보고 등록했겠다 싶습니다. 그렇기에 쉽게 등록하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등록신청서를 받아가시라"는 부드러운 압박(?)에도 등록하는 분들이 나오네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성도는 하나님이 보내주십니다. 제가 서울광염교회에서 한국교회희망프로젝트팀으로 150여 교회를 다녀보고 섬기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많은 교회를 다니며 만난 목사님들 중에는 교회에 성도가 많지 않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목사님들도 있었지만 성도는 하나님이 보내주시는 것입니다. 만나본 목사님들 중에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분들이 많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성도는 많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결같이 맡겨주신 그 자리에서 충성하며 성도들을 섬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될 꿈을 가진 분이었지만 외딴 어촌마을에서 마을 주민을 섬기며 몇 안 되는 성도들과 즐겁게 목회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보면서 목회자의 어떠함과 상관 없이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개척을 준비할 때부터 저의 어떠함이 아닌 하나님의 어떠하심으로 부흥하고 성장하는 교회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는광염교회를 기뻐하시는 것같습니다. 고린도전서 1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다"고 말씀합니다. 마찬가지로 부족한 저를 통해서도 함께하는광염교회가 잘 되고 부흥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인 것 같습니다. 늘 새롭게 보내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더욱 겸손해지고, 더욱 귀히 여기고, 더욱 감사하길 소원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 처음 마음이 끝까지 변함없길 소원합니다.
얼마 전에는 인근의 갈매동에 들릴 일이 있었습니다. 갈매는 예배당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돌아보았던 지역입니다. 그때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던 한 권사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권사님의 전도대상이었던 남자직원이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교회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두 분의 도움으로 좋은 공간을 소개 받게 되었고 거의 계약할 뻔 했지만 지난 번 글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그곳을 포기하고 지금의 예배당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공사하면서 가끔 그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권사님에게 다른 곳을 얻었다고 말씀이라도 드렸어야 하는데..." 수고해 주신 분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광염교회가 세워지는데 도움을 주신 분들중에 한 분인 것은 틀림없기에 어떻게든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난 12월 고산광염교회의 설립예배가 있어서 다녀오던 길에 갈매를 지나게 되었는데 또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들어갔는데 마침 그 권사님이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인사 드리고 함께하는광염교회는 양원지구쪽에 예배당을 얻었고 설립예배도 잘 드렸다고 알렸습니다. 권사님은 "잘 했다"며 "목사님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잘 하실 것같다."고 격려의 말씀을 더해 주었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 드리며 작은 선물을 드렸습니다. 10만원권 상품권을 드리며 "교회를 세우는 일에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것이지만 그 직원 분과 식사 한번 하세요. 함께하는광염교회가 세워지는데 수고하고 도움 주신 분들에게 작게라도 보답하고 싶어서요."라고 감사한 뜻을 전했는데 처음엔 놀랐던 권사님이 취지를 이해하고는 감사하게 잘 받아주었습니다. 함께하는광염교회는 은혜를 기억하는 교회가 되길 원합니다. 함께하는광염교회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모두 잘 되고 형통하길 소원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 이틀 살다보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교회로 성장해 있지 않을까합니다.
설립예배 후로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할 작업이 많지만 즐겁게 하나둘 해나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도 개선되고 있고 전도주보도 폼을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조급하지 않게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길 원합니다. 주님과 동행하며 기도보다 앞서지 않는 교회이길 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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