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저녁예배 예전에 한 교양프로그램에서 하와이의 원주민들이 자연에서 어떻게 불을 지피는지 본 적이 있습니다. 시범을 보이는 사람은 하와이 전통 의상을 입고 나와서 수많은 관람객들 앞에서 익살스럽게 자기들의 전통에 대해서 설명하더니 "불을 피우려면 라이터를 이용하라"는 지혜로운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소망을 무시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불을 지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매우 귀찮아 하는 표정으로 통나무에 작은 나무가지를 대고는 손으로 비벼서 마찰열을 일으켰습니다. 한참을 비볐는데도 연기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라이터를 이용하라는 너스레를 떨던 그는 옆에 있던 풀뭉치에 통나무에서 생긴 찌꺼기들을 털어냈습니다. 아무 변화가 없었습니다.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그 때 그 사람이 풀뭉치를 입으로 가져가 훅 불었는데 순식간에 큰 불이 피어올랐습니다. 놀라웠습니다. 모든 관람객들이 기뻐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물론 그 영상을 보던 저도 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우리교회는 주중 세 번 저녁예배를 드립니다. 주일저녁예배와 수요저녁예배 그리고 금요심야기도회입니다. 많은 개척교회들이 그렇듯이 저녁예배에는 성도들이 많지 않습니다. 많을 때는 예닐곱 명이 모여서 예배하고 적을 때는 아내와 저 둘이서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통나무를 나뭇가지로 문질러 불을 지피는 심정입니다. 새벽예배도 그렇고 계속해서 예배의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예배드리는 성도의 수가 적다고 실망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 예배들이 활활 피어오르게 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2_방문 지난 주일(10월12일)도 여전히 저녁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예배당에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배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길래 당연히 아내가 들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못보던 자매가 들어왔습니다. 마스크를 하고 있었는데 "저녁예배 드리러 왔어요"라며 우리교회가 저녁예배를 드리는 줄 알고 있다는 듯이 당당하게 들어왔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반가우면 반가울수록 자제해야 합니다. 이제 저도 그걸 아는 목사가 되었습니다. 최대한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척하면서 살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자매는 우리교회가 들어와 있는 이 건물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신앙생활을 하는 자매일 것이고 다니는 교회가 멀어서 가까운 교회에 저녁예배를 한번 드리러 온 것이리라 지레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자매는 "어릴 때 교회에 잠시 다닌 적이 있는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는 전혀 다니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오늘 예배드리러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이 앞을 지나다니면서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저녁예배가 있다는 것도 안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자매가 다니는 직장은 매우 바쁜 그런 직장이었습니다. 기쁜 맘으로 함께 예배드렸습니다.
저녁예배를 드리다 보면 유리창 너머로 지나다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예배당 안을 기웃거리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때론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들여다 보던 사람들 중에 이렇게 방문하는 사람도 나오는 것을 봅니다. 사람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여전히 그 자리에서 예배하는 것이 이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자매를 자주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자매가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길 소원합니다. 몇 명이 되었든 함께 모여 예배하며 그렇게 생명을 살리고 예배 안에서 주시는 은혜를 맛보는 함께하는광염교회이길 소원합니다. 저녁예배 드리러 나오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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