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달리기 저는 약식으로 8km 정도를 달리는 코스로 달려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청년 때는 밤마다 나가서 그 정도를 달렸습니다. 이렇게 달려놔야 목도 풀리고 건강하게 오래 사역하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언제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을까 생각해보니 저의 달리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땐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야간자습을 했었는데 저녁 8시부터 8시20분까지 20분간 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운동장에 나가서 혼자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근 20분 동안 여러 바퀴를 돌다가 마지막에는 전력으로 달려서 한 바퀴를 돌고는 들어와서 공부를 이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땀에 흠뻑 젖었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을 하고 있으면 이내 차분해지고 호흡이 고르게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숨이 차도록 어렵지만 점차 극복되어지는 그 경험이 저에게 큰 자산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한동안 혼자서 운동장을 달렸는데 친구들이 "뭐하냐"고 묻더니 이윽고 하나둘 나와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안 되어 저녁 8시에 운동장을 달리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다들 진지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제 나름 무언가 건전한 운동을 선도한 것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이 달리기는 3학년 때까지 계속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학생들이 저녁 8시에 운동장을 달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저는 현재 달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최근 달리기가 다시 유행하는데 언젠가는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2_1년을 달리기 지난해 12월 7일, 함께하는광염교회가 설립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땐 설립예배 바로 전 날까지 작업이 밀려서 간신히 예배당에 의자를 채우고 이런저런 마무리를 하던 때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준비를 마쳤고 그렇게 은혜 가운데, 많은 분들의 격려와 축복 가운데 함께하는광염교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목회의 달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달린 달리기가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돌아오는 주일은 우리교회가 설립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거룩하고 은혜로운 주일로, 평범하게 그러나 뜨겁게 예배하고 감사하며 그 날을 보낼 것입니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니 초반에 너무 무리해서 달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중간에 숨을 고르고 제 페이스를 찾아서 달리게 되었습니다. 제 속도를 찾았고 지금은 몸에도 마음에도 무리없이 평안하게 꾸준히 이 목회의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목회자로서 달리는 방법을 서울광염교회에서 배웠습니다.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동역자들을 격려하고 먼저 잘 달리는 본을 보여준 조현삼 목사님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또한 늘 그 따뜻한 마음과 표정으로 어리고 철없는 사역자들을 격려하며 잘 달리도록 세워준 서울광염교회의 장로님들과 성도님들이 있었습니다. 그 은혜와 사랑으로 달리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지금도 그 받은 사랑을 힘입어 무리하지 않고 잘 달리고 있습니다. 1년을 달리고 나니 앞으로의 날들도 달릴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너무 멀리 보지 않고 짧게 보며 이 하루를 지치지 않게, 무리하지 않고 잘 달려내길 바라며 그렇게 하루하루 달리고 있습니다.
혼자 달리는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저와 함께달리는 우리 함께하는광염교회의 귀한 성도들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어느새 하나둘 늘어난 성도들이 이제는 규모를 이루어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고 상황은 다르지만 그래서 어떤 이는 다리를 절기도 하지만 함께하는광염교회는 모두가 함께 달리며 저는 자를 기다려주고 부축하고 기어이 한걸음을 더 내딛어 주님이 기뻐하시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교회입니다.
우리의 이 달리기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달리기가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성실하게 사는 달리기입니다. 비교하지 않고 주신 것에 감사하며 이 아름다운 달리기를 완주하여 하나님께 칭찬받는 우리교회이길 소원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달리며 함께 기쁨을 누리게 되길 소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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