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에 대해서 한 3년 생각하고는 드디어 작년 초에 '올해 말에는 개척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남은 시간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결코 놀지 않았는데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개척을 한 주 앞에 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작년 초부터 올해 5월까지 쉬지 않고 달린 것같습니다. 개척 준비할 때는 준비할 때라 부지런히 이것저것 알아보고 뛰어들곤 했는데 개척하고 나니 더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둘 해결하는 기쁨이 쏠쏠했습니다.
아침에 교회에 나오면 기도하고 그날 해야할 일들을 적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할 일들이 많이 생각나면 더 기뻤던 것같습니다. 열심히 적어놓고 그걸 그날 다 끝내려고 하다보니 항상 밤에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다 끝내면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월요일에도 교회에 나와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조금이라도 해 놓으면 저축이라도 많이 한 것처럼 마음이 좋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밤 12시가 넘도록 예배당에 있기도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기도회를 인도하러 나옵니다.
할만 했습니다. 그런데 4월 중순쯤 되니 몸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몸이 여기저기 가렵기 시작했고 기침이 끊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감기에 걸린 줄 알았는데 이게 알러지 반응이었습니다. 기침이 심해지니 밤잠을 설치고 잠이 부족하니 몸은 더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목사가 말씀에 순종해야지'
그래서 월요일에 쉬기 시작했습니다. 일도 조금씩 조정했습니다. 조급하게 하지 않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만나는 개척 선배 목사님들이 한결같이 일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무리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기로 했습니다. 무언가 내가 열심히 한다는 그것에 스스로 만족했던 삶을 돌아보고 이제는 흐름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개척하기 전에 가졌던 기도제목이 개척한 후에 생활의 패턴을 잘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는 그걸 잘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약한 부분인 재정정리를 마치기로 마음 먹고 아침부터 매달렸는데 중간에 교회를 섬기는 일로 나갔다 오고 지금까지 매달려서 간신히 일을 끝냈습니다. 최근 한 달 이상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쉬었는데 오늘은 조금 늦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늦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요 사이 좀 쉬었다고 호흡도 편해졌고 몸도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역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삽니다. 조 목사님이 강조하던 '복·일·밥·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가늘더라도 오래 버티고 오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사역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재정정리 중인 테이블. [사진 모진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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