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표현할 때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지긋이 있다가 나중에 큰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작지만 늘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둘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 둘 다 감사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은 지긋이 있다가 사랑을 베푸는 사람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 중에 늘 베푸는 사람에게는 감사하지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큰 사랑을 베푼 사람에게는 감사하지 않고 작은 것을 베푼 사람에게만 감사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람직한 것은 큰 사랑을 베푼 사람에게나 작은 사랑을 베푼 사람에게나 다 감사하는 것입니다.
십수 년 전, 이제 막 신대원을 졸업한 전도사였던 때 갑작스럽게 태풍피해를 입은 가거도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일로 출발할 때 걱정하지 않지만 그 땐 달랐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총 네 명이 출발했는데 얼떨결에 제가 팀장을 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평소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사역을 배우고 싶어하던 다른 교회의 장로님과 권사님, 집사님 이렇게 세 명이 동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처음 팀장을 맡았고 또 본을 보여야하니 정말 긴장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하던 대로 긴급구호키트를 제작해서 봉사단 탑차에 실고 목포로 달렸습니다. 사전에 가거도로 들어가는 배편을 따로 알아봤는데 배를 빌리는 금액은 너무 비쌌기 때문에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에 의지하여 목포여객선터미널에 도탁해서 알아보니 가거도에 들어가는 배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사정을 직원에게 알렸는데 "내일 아침에 선장들이 회의를 해야 출항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돌아와서 숙소에서 길을 열어주시기를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감사하게 다음날 아침에 배가 출항한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고 인근 식당 사장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구호키트를 배에 무사히 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구호키트도 운반비를 내야했는데 전날 이야기를 나누었던 직원이 무료로 운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은혜를 입어서 가거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가거도에 들어가서 그 좁은 마을길, 골목 골목 마다 구호키트 두세 개를 들고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배달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동네에는 어르신들만 계셨는데 다들 매우 고마워했습니다. 저 먼 서울에서 여기까지 한걸음에 달려와서 이렇게 고생해가며 생필품을 챙겨준다는 것이 그 분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일이었고 그랬기에 더욱 고마워했습니다. 가거도에서 구호키트를 다 나누고 그렇게 큰 기쁨과 보람을 맛보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태풍으로 방파제가 무너져서 큰 피해를 입은 섬마을을 위해서 정부에서 700억 원을 들여서 5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방파제를 지어주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저는 700억 원이라는 금액을 듣고는 대단한 은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700억 원에 비하면 한없이 작았던 우리의 선물들을 더 고마워했습니다. 우리가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고 한국교회에서 온 것이란 걸 알고는 그 주일에 섬마을 교회에 예배하는 인원이 두 배로 늘었다는 소식만 들었습니다. 저는 언듯 이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져온 선물도 물론 고마운 것이겠지만 정부에서 많은 돈을 들여서 방파제를 복구해 주는 것은 더 감사한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은 그동안 여러번 정부에서 방파제를 지어 주었는데 매번 태풍에 방파제가 무너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님들의 마음이 불편해 진 것이었습니다.
정부에서 700억의 돈을 들여서 방파제를 고쳐주는 것은 분명한 큰 사랑입니다. 또 얼굴도 본 적 없는 이웃들을 위해서 서울에서부터 키트를 제작하고 차를 운전하고 배를 타서 현장을 방문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헌신도 큰 사랑입니다. 비교하면 "누가 더 많은 돈을 들였네, 누가 더 많은 정성과 마음을 쏱았네"하며 할말들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 감사한 일입니다. 비교하지 말고 감사하면 됩니다.
우리는 비교하다가 마땅히 감사해야 할 것들을 놓치는 실수를 종종 저지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커 보이는 은혜나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은혜를 여전히 베풀고 계십니다. 이것들이 다 주님이 주시는 은혜입니다. 어떤 은혜는 그땐 작아 보였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정말 큰 은혜였다는 것을 종종 깨닫기도 합니다. 은혜는 다 감사한 것입니다. 우리 비교하지 말고 감사할 것에는 마땅히 감사하는 감사의 사람들로 살길 소원합니다. 은혜 받은 이들의 마땅한 행동은 감사입니다. 이 마땅한 감사를 매 순간 주께 드리며 여전한 은혜 가운데 사는 저와 여러분이길 소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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