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놀란 눈들 정확히 몇 살 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대략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같습니다. 그 때 제가 살던 동네 앞에는 도로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로를 넘어가면 냇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방과후에 그곳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곤 했습니다. 당시 냇가에서 노는 일은 당시 저에게는 큰 기쁨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어느날 저는 친구들이 기다리는 냇가로 가기 위해서 그 앞 도로를 건너려고 했습니다. 그 때 보니 저 멀리에서 버스가 한 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저는 그 버스보다 제가 먼저 건널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는 도로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생각보다 버스는 더 빨랐고 어느새 이만큼 다가와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몸이 굳어졌는데 '끼이익'하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버스가 멈춰섰고 제 앞에서 바로 멈춰선 버스 안에는 앞으로 쏠린 버스 기사님과 손님들이 한결같이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놀란 가슴에 머리를 숙여 죄송하다고 인사를 한 뒤 도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도 그 일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제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아버지에게 전해졌습니다. 아버지에게 크게 혼났습니다. 다시는 도로를 건너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저를 사랑했기에 혼냈고 도로를 건너지 말라고 했던 것임을 깨닫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 참 감사한 사람입니다. 여기저기 높은 데를 올라다니고 위험한 일에 뛰어들기를 즐기는 고양이 같은 성격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죽을 뻔 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하나님이 살려주셨습니다. 저만 그럴까요?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위기에서 하나님이 건져주셨기에 평안하게 오늘을 살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당시에는 놀라고 혼나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보호하심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음을 우리는 깨닫습니다. 그 보호하심과 사랑으로 오늘도 우리는 이 하루를 여전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2_괜찮아 20여년 전 청년이 되어서 서울에 올라와서 살 때였습니다. 저는 동사무소에서 단기로 일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저의 주된 업무 중에 하나는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이었습니다. 양손에 도시락을 들고 언덕 사이 골목길을 누비며 어르신들에게 인사드리고 도시락을 전해 드리고 오곤 했습니다.
하루는 도시락을 배달하고 동사무소로 돌아오는데 골목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길 건너 골목길을 신나게 뛰어 내려오는 한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모퉁이 너머로는 시내버스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시내버를 향해서 손짓을 했고 기사님은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일과 똑같은 상황이 바로 제 눈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버스는 아이의 바로 앞에서 간신히 멈추었습니다. 차이점은 이번엔 버스 기사님이 너무 놀라고 화가나서 그 아이에게 마구 욕을 퍼부은 것입니다. 버스에 치일 뻔해서 놀랐던 가슴에 화난 어른의 욕설을 들은 아이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고 버스는 바로 출발해서 떠나버렸습니다.
그 상황을 보고 저는 무엇을 해야할 지 단번에 떠올랐습니다. 울고 있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아이를 안아주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눈높이를 맞추어 마주보며 말해 주었습니다. "놀랐지? 니가 미워서 그런게 아니야. 기사 아저씨도 놀라서 그런거야. 괜찮아."라고 아이에게 말해줬습니다. 조금은 진정한 그 아이는 눈물을 닦아 내고는 다시 가던 길을 갔습니다.
골목 사이로 사라진 아이의 뒷 모습에서 그 옛날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버스에 치일 뻔해서 놀랐던 저는 골목에 주저 앉아서 혼자서 놀란 가슴을 쓸어냈었습니다. 그 땐 몰랐지만 주님은 저를 보호하셨고 지금까지 함께하셨습니다. 그 아이의 사고를 목격할 뻔했는데 하나님은 놀랍게 막아주셨습니다. 비록 놀란 기사님의 욕설이 있었을지라도 그건 기사님도 그만큼 놀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놀라고 충격을 받고 상처를 받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사이에서 여전히 우리를 보호하시고 만져주시고 다시 살아내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도 위로자로 살게 하십니다.
헨리 나우엔의 『상처 받은 치유자』라는 책은 우리가 받는 이 고난과 상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고통 당하심으로 우리의 모든 고통을 다 이해하시고 진정한 위로자와 치유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우리 삶에 일어나는 그 많은 당황스러운 일과 상처로 남을 만한 일들 가운데서 그분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를 안아주시고 치유해 주십니다. "괜찮아. 나야 안심해."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래서 우리도 위로자가 될 수 있고 치유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누구라도 안아주고 치유하며 함께 기뻐하는 아름다운 성도로 살 수 있게 됩니다. 우리교회가 그런 일을 감당하는 교회이길 꿈꿉니다. 더 행복한 함께하는 광염교회이길 소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사진 모진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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