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막힘의 은혜2025-09-18 19:50
작성자 Level 10

#1_카자흐스탄

2004년 여름, 서울광염교회 청년부 소속이었던 저는 생애 처음으로 해외단기선교로 카자흐스탄에 가게 되었습니다. 알마티로 들어가서 잠깐 사역한 후에 우리는 두 팀으로 팀을 나누어서 한 팀은 카라발타라는 지역으로 또 한 팀은 딸떡구르간이라는 동네로 가서 각각 2박3일의 사역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딸떡구르간 팀이었습니다. 끝 없이 펼쳐진 들판을 예닐곱 시간 정도 달리고 달려서 저녁 무렵에야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방을 배정 받고 짐을 막 풀었을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지역의 비밀경찰이 우리가 온다는 정보를 미리 받고는 우리가 도착하자 마자 숙소를 급습한 것입니다. 여권을 요구했지만 우리 팀의 여권은 알마티 숙소에 두고 온 상황었습니다. 비밀경찰은 2박3일 동안 숙소 밖을 나가기 못하게 했습니다. 졸지에 숙소에 갇혀 지내게 된 것입니다. 난감했습니다. 이 먼 곳까지 날아서 또 달려서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금식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찾아온 비밀경찰이 낮에 두 시간을 외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입니다. 급하게 호텔 홀에서 저녁에 전도집회를 열기로 계획하고는 부랴부랴 전도 팀을 짰습니다. 현지인 아이 한 명과 우리 청년 두 명씩 해서 세 명으로 구성된 팀들이 흩어져 전도하러 나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서툰 영어 실력 때문에 말 걸기를 망설였을테지만 그땐 망설일 여유가 없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붙이고 영어가 안 되는 분들에게는 현지 아이를 통해서 저녁에 인근 호텔에서 축제가 있다며 오라고 초청했습니다. 그러다가 인근 대학교 쪽으로 가게 되었고 거기서 밴치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두 청년을 만났습니다. 감사하게도 둘 다 저 정도의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즉 콩글리시가 가능한 청년들이어서 서로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어디에서 왔느냐?", "한국에서 왔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다. 가보고 싶다.", "너의 나라에는 자원이 풍부하다. 부럽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론에 들어 갔습니다. "저녁 7시에 인근 호텔에서 너희들을 위한 축제가 있는데 오지 않을래?"라며 영어로 더듬더듬 의미를 전달했는데 한 명은 레포트가 있어서 못 온다고 했고 한 명은 좋다고 했습니다. 


약속된 두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렸습니다. 간절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다섯 명의 동네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만났던 대학생 가야랏트도 있었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다섯 명의 손님을 앞에 두고 20여 명의 청년들이 준비한 찬양과, 무용, 태권도 공연 등을 펼쳤습니다. 드디어 선교사님의 설교 시간입니다. 청년들 모두가 뒤에 서서 이들이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믿게 되길 기도했습니다. 기도 덕분이었을까요? 찾아온 다섯 명이 다 예수님을 믿고 영접기도를 했습니다. 그날 우리가 느꼈던 그 감격과 기쁨은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모두 신나서 함께 얼싸 안고 찬양하고 기차놀이를 하며 밤 늦게까지 함께 축제를 벌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딸떡구르간에 도착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련이 오히려 우리를 간절하게 만들었고 또 더 열심히 뛰게 만들었으며 나의 부족함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전도하게 만들었습니다. 시련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님을 경험했고 그런 시련 후에 하나님이 주시는 큰 기쁨과 은혜를 맛 볼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막힘이 있을 때마다 '어떤 은혜를 주시려 하시는 걸까?'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2_네팔

지난 9월 6일(토)에 우리는교회(예장 백석·담임 박태진 목사)가 일곱 명의 선교팀을 꾸려 네팔로 단기선교를 떠났습니다. 우리는교회도 우리교회와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으로 떠나는 선교여서 기대와 소망을 품고 출발하는 걸음이었고 저도 함께 기도하며 응원했었습니다. 그런데 네팔에 도착한 황미나 사모님에게서 카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네팔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주님. 우리는교회의 첫 선교인데요..' 저는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황 사모님이 보내온 동영상은 그 뒤에 찾아 본 뉴스에서 본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새벽기도회 때마다 우리는교회를 위해서 기도에 기도를 거듭했습니다.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길 기도했습니다. 지난 금요일(9월12일) 밤 11시 30분 비행기로 출발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폐쇄된 공항이 다시 열려야 하고 공항까지 가는 길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도에 기도를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지난 토요일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제 한국에 잘 도착했습니다.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했습니다. 


주일을 지나고 어제서야 황 사모님과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인도하신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말을 들으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조만간 박태진 목사님과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수고를 많이 한 박 목사님 부부에게 조만간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며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3_내년을 기약하며

'우리들의 행복한 회복이야기'의 청년들과 함께 사역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월 1회씩 토요일 아침 7시에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위해서 기도해 주는 사역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사역을 통해서 노숙인과 청년들 서로가 살아나는 경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회복이야기'의 사역은 서울역 사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포천에 있는 보육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작지만 의미있는 선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네팔에 마음을 품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형제들이 생계를 해결하고 가난의 고리를 끊고 자립할 수 있게 되길 소원하며 이번 9월 말에 방문할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청년 중에 비즈 등을 제작하는 청년은 현지에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고 또 웹교육 플랫폼을 운영하여 큰 성공을 거둔 분과도 연결이 되어서 현지에 인터넷 환경이 갖춰진다면 네팔용 플랫폼을 만들어서 무상으로 교육을 시키고 취업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현지인 교회에 음향장비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이번 방문을 위해서 청년들이 사비를 들여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알뜰하게 물건들을 준비하며 시간을 내서 궁리하고 기도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들 기대에 젖어 있었지만 최근에 네팔의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청년들과 소통하는데 그럼에도 어떻게든 네팔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열망이 느껴졌습니다. 함께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섬기는 우리교회의 청년들이었다면 저는 들어가지 말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청년들의 담임목사가 아니기에 함께 기도하겠다고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13일(토) 아침에 서울역에서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여전히 준비한 선물을 들고 돌며 노숙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약속한 대로 일부 청년들이 우리교회에 와서 음향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때 '우리들의 행복한 회복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청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에 네팔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년에 기회를 봐서 들어가려구요" 잘 생각했다고 격려했습니다.


이렇게 결정을 하고는 "맥이 풀려서 한동안 모든 의욕이 사라졌었노라"고 고백하는 청년들을 격려했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면서 하나님의 선하신 뜻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네팔의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는 형제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준비한 것에 하나님께서 선하게 응답하고 계시는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네팔의 성장을 저해하는 정치적인 부패를 끊어 내고 네팔을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저의 첫 선교의 경험도 한 몫했습니다. 그때의 막힘의 은혜에 대해서 청년들에게 설명하고 우리는 어쨋든 하나님께 뜻을 정한 사람들이니 어떤 상황에도 하나님은 우리를 기뻐하시고 그리고 언제가 되었든 우리를 사용하실 것이라 격려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의 표정은 놀랍게 밝아져 있었습니다. 맛있는 식사와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며 나누는 이 대화가 참 유익하고 즐거웠습니다. 이런 대화 끝에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한 기대와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삶의 상황은 늘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우리를 위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우리는 기뻐할 수 있습니다. 더한 기대와 소망을 품을 수 있게 됩니다. 막혀 있는 그 상황에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그 지루함 가운데도 하나님께 뜻을 정한 사람들은 기뻐하며 즐거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기쁨입니다. 사랑합니다.